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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있었던 일 2019:에세이

바로 앞의 글과 이번 글 포스팅에 두달여 간의 공백이 있다.
6월 초부터 8월 초순까지의 나의 생활을 키워드로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병원-여행-병원

병원
* 친정엄마가 아프셔서 정밀 검사를 할 일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우려하던 것보다 건강하시지만 앞으로 계속 신경써야한다.
* 6월 초순에 중2 아들래미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운동하다가 손가락 뼈 골절과 관절 파열이 일어난 것이다.
*  큰 문제 없을 거라는 보건선생님 예상을 뒤엎고, 수술이 필요한 정도였다. 아들로선 난생처음 입원과 수술을 경험하게 되었다.
* 그렇게 큰 수술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언젠가 '의료수가가 낮아서 손가락 수술은, 의사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 있어서, 병원을 알아보는 과정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추천받아 찾아 간 백병원은 그날따라 담당의사가 쉬는 날 이었고 다시 몇군데 병원을 더 알아봐야했다.
* 학교를 며칠이나 빠뜨려야 했던 그 시기가 하필, 또 기말고사 시험기간이었다. 아이가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되게 고단했을 것이다.


여행
* 7월 중순에 친정 엄마를 모시고 다낭의  리조트에 휴양여행을 떠나기로 되어있었다.
오빠의 기획과 금전적 투자에 힘입어, (나의 의지로라면 절대 가지않을) 오성급 호텔에서 먹고 노는 여행을 가게 된 것이다! 
* 여행기획은 년초에 이루어 진 것이었다. 그래서 최근에 엄마가 아프시다고 할 때 여행을 못가게 될 가능성이 높았었다.
* 어쨌거나 휴양의 본질에 충실한 여행을 끝낼 무렵, 시어머니가 아프시다는 연락이 왔다.


병원
* 이번엔 시어머니가 척추3번 뼈 골절로 입원을 하신 것이다.
* 예전에도 무릎수술, 골반뼈 골절(금)을 겪으셨던 터라 그간 조심하셨을덴데 바지런한 태도가 몸에 배이신 어머니라
  가만히 못계신 탓이리라.
* 아이의 손가락 수술 때 관절과 뼈를 고정하는 심을 박아놓았었다. 이번엔 그 제거 수술을 해야했다.
* 고정수술 때와 마찬가지로 하루 입원해야하므로 더불어 나도 보호자 자격으로 병원에 보조침대에서 잤다.
* 딱히 좋은 일이라 할 순 없지만, 두번째 수술은 아이도 적응을 더 잘하고/ 나도 그 좁은 보조침대에서 잘도 잤다.


이렇게 좋은 일과 좋지않은 일이 번갈아 가며 일어났다.... (중간에 짬짬이 못만나던 친구들도 만났고)
 '번갈아 가며'의 수준이 아니라 숨쉬기 힘들정도로 릴레이 바통터치하듯 각축을 벌였다.

가만 생각해보면, 아이는 그 말썽많은 '중2'의 시기를 겪고있고, 친정엄마와 시어머니는 칠순이 진즉 넘으셨는데다
젊어서 워낙 활동을 많이 하셨던 편이라 한창 몸에 이상신호가 올 때가 된 것이다.
그동안 아이도 어머님들도 건강을 잘 유지해와서 별탈 없었던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지나보니 참 감사한 일이다.
조만간 나도 갱년기 신호가 오겠지. 마음의 준비를 미리해두어 완충장치로 삼아야지.

작년까지 편하게 공부하고 음악듣고 집안일 하던 일이,  최근 두달동안 부쩍 많이 떠올랐다.
공부하고 취미생활하는 일이 정말 평화로운 일과였구나... 감사한 일이었구나.

아마 당분간 어머니와 아들 병원에 간간히 동행해야할 것이지만
이정도로 병세들이 마무리 되어서 다행. 천만다행이라고 여긴다.

모두 계시는 그 곳에서 평안하고 건강하시기를.



<듣는 귀>의 변화2 (추천곡 다수 포함) 좌충우돌 클래식 경험기

2.

내 취향의 범위가 좀 좁은 편이라,  음악감상력의 테두리를 늘릴 수 있는 기회는 늘 소중하다.

한 번씩 그러고 싶은 기분이 들면, 다소 내 취향을 벗어난 이것 저것 챙겨들어보게 된다. 가령 영화나 드라마 ost, CF 배경음악 이나 유튜브 추천음악 등등을 들어보는 건데... 이렇게 취향을 넓힐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널려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소극적 성격의 나에겐  다행스럽다.
웃긴 건, 이토록 풍요한 환경이지만 때로는 여전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듣는 음악이 곧 내 취향으로 족족 편입되는 것은 아니라서 그렇기도 하고, 뭐가 될지 모르는 내 취향의 욕구를 채울 기회가 '어딘가 다른 데'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운명적 만남이 쉽지 않듯이)

작년에 들었던 방송대<음악의 이해와 감상>이란 과목은, 취미를 가꾸는데 조차 소극적이고 조심스런 내가 듣기에 알맞았다. 왜냐하면  '작정하고' 여러 장르, 여러 나라의 음악을 고루 들을 수 있게 '떠 먹여'주는 데다가, 장르별 감상 곡목이 나름 풍족했기 때문이다. 시간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깊이까지 보장하진 못해도, 다양한 음악 감상 경험에 도움은 되었다.
총 15강의 강의를 통해 르네상스 음악에서 부터 실험음악까지 일별하며 훑어 보니, 개인적으로 더 구미 당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구분이 되었다.

'쏘울'이 느껴지는 음악은 다 좋게 느껴진다.
곡 자체에 스토리가 깃들거나, 가창자나 연주자의 열정이 배어 나오는 것을 쏘울로 본다면 말이다. 한마디로, '기교가 부족하더라도 진실하게 와닿는 음악'이 내 취향의 핵심이다.
'민속음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음악이 대개 그런 편이었는데, 특히 아일랜드의 민속음악은 우리의 전통음악과 감정선이 묘하게 닮은 것 같기도 하였다. 

아이리쉬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들은(틴 휘슬, 버튼 아코디언, 피들, 우든 플룻, 바우런,...) 
어느 나라 민속음악에 맞추어도 잘 어울릴 법한, 다소 평범한 소리를 낸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평범한 악기들로 연주하는  아이리쉬 음악의 가락만큼은  정서적으로 울림을 주는 면이 있어서, 그 이유가 참 궁금하다.
참고로,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가 <My heart will go on>의 도입과 중간부분에 틴휘슬과 아이리쉬 음악의 음색이 들어가 있다.

파키스탄과 북인도의 이슬람 교도들이 신에게 바치는 메시지 즉 기도를 '까왈리'라고 한다. 이 '까왈리'의 반주를 하는 우리나라 그룹이 있는데, 그룹명이 TAAL(딸, 비트라는 뜻)이다. 그들이  들려주는 악기 연주도 아주 묘하게 감정을 동요시키는 음과 리듬을
지니고 있어서 신기하다.
스팅의 <사막의 장미>에, 이슬람 음악의 요소가 잘 녹아있다(물론 전통 까왈리와는 다르다).
https://youtu.be/C3lWwBslWqg예전부터 스팅의 곡이 지닌 나른하고 몽환적인 리듬을 정말 멋지다 생각했는데, 이곡은 기존 스팅 대표곡인 shape of my heart, english man in newyork 과는 구별된다. 이슬람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여전히 스팅다운 음색을 들을 수 있어서 '새롭게' 멋지다!(노래가 나온지 오래되었을텐데, 나는 못들어 봤어서...)

남미의 '누에바 칸시온'은 70~80년대 바람을 일으켰던 진보적이고 정치적인 노래운동의 일환으로 작곡된 음악인데,
라틴 아메리카 인디오+록+ 스페인과 쿠바의 음악+ 흑인음악... 의 요소가 다채롭게 녹아있다고 한다.
요소 요소들은 복합적이지만, 결국 민중음악이고 민속음악인지라, 호소력이 짙고 '제도권'음악과 또 다른 풍류를 느낄 수 있다.
그래봤자, 내가 들은 것은 대표곡 한 곡 뿐이다... 누에바칸시온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위해 윗 글을 풀어썼다만...여전히 잘
모르겠다.
잘 몰라도
척 들어보면 너무 멋진 곡이라
https://youtu.be/cIrGQD84F1g  들어보시기를 권한다. 성량 풍부한 '메르세데스 소사'의 목소리도
좋지만 가사도 아름다우므로 찾아서 음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좋은 음악에는 대중가요든 민속음악이든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구의 반대편 어떤 지역의 음악을 들어도, 옛 노래를 들어도 여전히 그 아름다움이 주는 떨림을 고스란히 전해 받는다.
그 대표적인 음악이 쿠바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찬찬 chan chan>이다.
쿠바가 상당히 많은 장르의 음악 발상지인데, <찬찬>은 '손'이란 음악장르에 해당한다고 한다.
잔잔함 속에 묵직하고 나른한 열정이 느껴진다. 시공을 초월하는 되게 세련된 음악이라는 생각이다.

다른나라 민속음악보다 심정적으로 더 가까운 우리의 음악.
우리 악기가 주는 편안한 소리에도 불구하고, 왜인지 내게 산조는 그 가락이 아직 좀 불편하게 느껴진다.
음악적 풍류보다는 이상적인 가치를 표현했다는 조선시대 궁중음악도 어렵긴 마찬가지.

그러나, 뜻 밖에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판소리는 좀 다르다.
판소리는 음을 듣는 재미와 소리꾼의 내공이 담겨 감동을 느끼는 데 아무 불편함이 없다.
앞서 말 한 그 수업에서 김수미 명창(서편제 중 박동실제 심청가 전수자)의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클라이막스에 이르자 나도 모르게 벅찬 감동의 눈물이 솟구쳐나와 당황스러웠다.

이후로, 유튜브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여러 소리들을 들어보았는데
'진도 아리랑'의 경우, 원체 듣는 귀맛이 좋은 가락이라, 여러 명창들의 스타일을 비교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기교가 좋긴해도 아무래도 어린 송소희 양 보다는 오정해의 깊고 한서린 목소리가 훨씬 어필하는 점.
나이가 들어서 그런 미묘한 차이를 알아간다는 건 나이듦의 혜택이라고 믿는다. 그야말로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다.
안숙선, 김소희 명창의 소리는 '단순함과 담백함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소리다.
좋은 소리는 깊으면서도 이렇게 담백하구나!! 감탄하였다.

전통소리만이 아니라 우리 대중가요에도 빛나는 보석들이 많이 있다.
잠깐의 출석수업 때 들려주신 것들이 워낙 많았지만,
나에게 의외의 발견은 (이미 너무 유명한) '님은 먼곳에' 였다.
이미 귀에 익은 곡이지만,
신중현과 김추자가 우리 가요사에 너무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납득하게 해주는 장면인 듯 하여 링크한다.
김추자, 김추자 왜들 그렇게 김추자 거렸는지, 이 영상 하나로 설명이 된다고 본다.
김추자의 쏘울넘치는 감성이 세련된 편곡에 더는 없을 것 같이 잘 맞는 것 같다.

같은 곡의 장사익 버전도 참 좋다.

역시 신중현 작곡의 <봄날은 간다>를 장사익이 부른 장면도 우와... 감탄이 나온다.
같은 제목 다른 곡의 김윤아 <봄날은 간다>를 들으며, 잘 한다는 것과 감동을 주는 것은 별개임을 한번더 확인하였다.

파워풀한 락음악을 들을 때 뭔가 공감되고 햐~듣는 맛이 있구나 싶던 젊은시절의 에너지가 가끔씩 그립다.
"봄날은 가고"... 나이 듦? 경험? 신체적 변화? 들로 인해 내 듣는 귀는 점차 바뀌고 있다.
봄날은 가겠지만, 다양한 음악들과 감응하게 하는 '감성'의 밑천을 제공하는 것이 연륜이라 생각하기에 그리 아쉽지만은 않다.

그리고 마지막 추천 곡들은 최근에 들었던 클래식 음악들ㅎㅎ 탑5 

Grieg(그리그)의 piano concerto No.1 in A minor,
워낙 도입부가 유명해서 오히려 2, 3악장을 안들어 본 것 같아 이번 기회에 들어보려고 한 건데 곱씹어 들을 수록 아름다워, 산책하며 듣는 애청곡이 되었다.
2악장 3악장 모두 1악장에 못지 않게 아름다운데 특히 2악장은, 무척 짧긴 하지만 내가 들어본 피아노 협주곡들 중에서도 첫 손에 꼽을 것 같은 2악장인 것 같다. 그렇다고 3악장이 모양이 빠지냐면 전혀 그렇지 않다. 사실 이렇게 감성어필+ 귀맛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곡이 흔치는 않을텐데 그 두가지를 다 해주는!! 보석같은 곡이다. 3악장에 노르웨이 적인 민속적 리듬이 가미되어 있다고 하는데  플룻이 보여주는 2주제가 그 부분인지 확실친 않지만, 역시 민속적 요소가 있는 음악을 내가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Moritz Moszkowski(모리츠 모슈코프스키)의 Piano concerto in E major
무려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곡이고 약간 쇼팽의 아류 같은 면도 있지만 협주곡이란 곡의 관점(다른 악기들의 사운드와 어우러지는 하모니)에서 본다면 그보다 훨씬 더 균형감있게 들린다. 내가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이곡이 소개 되었을 때, 이런 묻혀있는 거장스러운 곡이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몇가지 버전으로 들어보았는데 위의 유튜브 링크의 연주는 적당히 관조적인 연주의 결이 더해지니까 우아함이 배가 되어 발레음악으로 쓰이면 발레리나의 동작이 얼마나 섬세하게 어필될까 싶은 상상을 하게 되었다.
4악장은 마치 결말이 경쾌한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어울릴 법한, 혹은 연극이 끝나고 배우들이 인사를 하러 나오는 커튼콜을 할 때 배경음으로 틀어놓으면 어떨까 싶은, 다소 통속적인 부분도 가미되어 있다.

어디선가 이곡이 20세기 초에는 줄곧 인기있는 연주곡이었다고 쓴 글을 보았다. 왜 최근에는 공연 레파토리에서 빠진 건지 모르겠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언젠가 직접 관람하여 들어보고 싶은 곡이다.

Schubert - Arpeggione Sonata
의외로 바이올린 소리에 귀가 길들여지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선 어떤 바이올린 연주곡보다 슈베르트가 작곡한 비올라 소나타가 더 풍성하고 감각적으로 아름답게 들린다. 내 한계겠지만 이런 취향도 나이와 관계있을까 의심해본다.
<음악의 이해와 감상>에서 유영희 교수님이 그 많은 클래식 작곡가들 중에 슈베르트를 특별히 추천하시면서, 그다지 많은 피아노 곡을 남기지 않았지만, 그는 가곡을 위시해서 아주 많은 걸작을 남겼다고  하셨는데, 이곡을 들으면서 역시 그렇구나... 수긍하였다.
1악장을 들어보니, 아 이 곡, 싶은 가락이 있었다. 1, 2악장이 3악장에 비해 더 아름답게 들렸는데, 비올라의 음향의 장점을 돋보이게 한달까, 자칫 축 가라앉은 것 처럼 들릴 수 있는 비올라의 선율이, 애잔하지만 맘을 놓이게 하는 좋은 쪽으로 발휘된 것 같다!
용재오닐 정말 멋지구나 싶었던 영상은 아래링크에!

Clara schumann - Piano concerto in A minor
이거 참 왠일인지 모르겠지만, 클래식 선배들 몇분들의 공통된 추천 작곡가중엔 로버트 슈만이 있었고, 그의 아름다운 피아노 협주곡은 클래식계 공인(?) 아름다운 협주곡으로 손꼽히지만,
내 귀에는 너무 착하고 바른 곡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아름답다는 것은 잘 알겠는데 너무 비인간적이야... 뭐 그런 류의.
그 선율에 감응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 모자란가 하는 자책을 하며 몇 번 듣다가... 에이, 아직 때가 아니겠지 하고 결국 접었다.

그리고 이후에 우연히 들어본 '클라라'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어? 좋은데?
아마도 전체적 완결성에 있어서 (나같은 초보가 듣기에도) '로버트'슈만의 곡 보다 좀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게는 좀더 클라라의 곡이 인간적이고 솔직한 음으로 다가왔다. 마치 종합선물세트의 구성이 고루 좋은건 로버트 슈만의 협주곡 쪽이겠지만, 클라라의 곡은 세트의 구성 중 내가 정말 좋아하는 품목 몇가지가 있다는... 그런 느낌이다. 흑흑... 지금도 듣고 있는데, 여성 작곡가라서 곡의 가치가 폄하된 건 아니길 바란다.
아래 링크는 협주곡은 아니고 그녀가 작곡한 녹턴이다. 이것도 좋아서...

beethoven piano concerto No.4
전번 클래식 관련 글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중 3번이 가장 좋다고 썼는데,
곰토님(클 마니아들은 이분 글 꼭 보셨으면...키워드 '곰토'만 쳐도 나와요.)의 댓글에서 3번과 4번이 비슷하게 좋더라...는 멘트를 보고 엥 4번이?? 그랬나? 싶어 한동안은 이 곡을 많이 들어보았다. 역시.... 베토벤... 역시... 곰토님...
나는 주로 엠피쓰리로, Tilson Thomas가 지휘한 Emmanuel AX 연주의 곡을 주로 들었었고, 3번 곡 처럼 유튜브에 가장 먼저 추천되는 지메르만 연주 버전보다 이것이 훨씬 듣기에 좋았다. 지메르만 연주는 아마 녹음이 너무 건조하게 된 게 아닌가 싶은데 아무튼 내 귀맛에는 Ax연주가 더 융통성있고 재미있게 들렸다.

한 동안 귀에 쟁~할정도로 듣고 보니 이제는 좀 덜 듣게 되지만, 베토벤에 대한 나의 애정과 감탄은 다음번에 기회를 봐서 싹~ 풀어봐야 되겠다.

(혹시라도)긴 글 읽어주신 분 있다면 감사합니다!!

<듣는 귀>의 변화1 좌충우돌 클래식 경험기

1.

어른이 되면 저절로 트로트를 좋아하게 되나? 궁금했던 때가 있었다.

대중가요나 팝송에 공감하기는 쉬웠어도 트로트는 영원히 멀리 있을 것 같았다. 가락이나 음색, 가사, 호소방법 등등이 내 기호와 많이 멀었다. 트롯트는 확실한 어른의 세계에 속하는, 어른들만 이해할 수 있는 여흥이라는 분위기가 있었고, 아이인 나에게 멀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취향이 아니라서 멀게 느껴지는 건지, 멀다고 생각해서 내 취향에 편입이 안되는 건지 앞뒤 관계가 분명치 않지만 어쨌거나 -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내가 만약 트로트를 좋아하고 흥얼거리게 되는 그날이 오면, 내 감성이 변화하는 과정을 낱낱이 잘 지켜보고 기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어떻게 저런 '취향'이 만들어 지는가 그 과정이 궁금했다.

지금은 그 시절의 '어른'의 나이가 되고도 남은 나이가 되었지만,  트로트는 여전히 호감이 안간다.
한 가지 발전적인 점이 있다면, '어떻게 저럴 수가?' 에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정도로 트로트가 어른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가 납득이 된다는 것이다. 우선 가사가 팍팍 귀에 들어오고, 리듬이 쉽고, 가사를 전달해주는 음이 왠지 직선적이어서(? )귀가 잘 안들리는 연령대가 되어도 퍼뜩 알아들을 수 있다는 정도로는.

트롯트가 내 스타일이 확실히 아니라면, 나는 어떤 소리를 좋아하나 점검해 보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아래는 내 <듣는 귀>의 변천과정을 다룬 내용이 되겠다.



(경고 ☞ 재미없음 주의!)


귀가 가장 유연했던 때는 어렸을 때였겠다.
장르를 불문하고 일체의 소리에 대해 편견이 없었을 시기니까 누구에게나 그렇지 않을까.
이 때 주로 듣는 음악이 평생의 귀 맛을 좌우했을텐데... 부모님들이 뭘 주로 들었는지 기억은 안난다. 그렇지만 한창 텔레비전이 보급되기 시작한 때였으니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맘때 아이들은 다들 '테돌이 테순이' 이기 쉬웠다.
나 또한 '테순이(TV kid)'였는데, 그 시절 들었던 만화주제가나 CF음악들은 아직 귀에 쟁~하다.

중/고등학생 시절은 귀가 무척 까다롭고 예민했었던 때다.
특히 고2~3때는 머릿 속이 '벼락치기 공부' 내용 같은 것들로 혼돈 상태였을 때가 많았다. 뇌가 늘 긴장하며 가동하고 있어서였을까. 가요든 팝송이든 맘에 두었던 곡이 머릿 속을 삐집고 들어와 종횡무진 휘젓고 다니곤 했는데, 일단 '필받으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무한 반복으로 (음의 잔상이 아니라 라이브 처럼 생생하게) 재생되는 현상이 종종 생겼다.
희한하게도, 떠올리지 않으려 할 수록 더 달라붙어 본의 아니게 피곤한 상태를  자주 겪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강박증이 있을 때 그런 현상이 생긴다고 한다.
훗날 흔히 수능금지곡이라고 칭하는 용어가 생긴 걸 보면 수험생 때 유독 음악듣기의 폐해가 생기기도 하나보다. 어쨌거나 그 때문에 한 동안 음악 듣기를 멀리해야 했다.

암튼 그때 내 취향은 슬픈 발라드 곡(윤상이라든가), 이지리스닝계의 음악(에어서플라이라든가)이나 프로그레시브한 락(전영혁의 음악세계 풍의 음악들), 대중적인 소프트 팝!! 등을 기준없이 넘나들었다.

이십대 삽십대에는 이른바 'alternative rock'이 내 취향에 가까웠다.
stone temple pilots, green days, guns & roses, (이건 하드롹?)red hot chilli peppers, muse 등, 락이란 공통 분모 외에는 서로 닮지 않은 개성이 뚜렷한 그룹을 좋아하는 가 하면,  creep, smells like teen spirit 등 불세출의 명곡들은 그룹의 호불호와 상관 없이 좋았다.
대학교 근처에 종종 친구들과 가던 재즈카페(순전히 분위기 때문이었지만)도 있었는데, 재즈의 '차원이 다른' 자유분방함도 멋지다고 생각한다. 요즘엔 남편이 재즈를 잘 틀어놓아서 따라 듣곤 한다.
 
그리고 시간대를 훌쩍 점프해서, 
지금(40대!)... 재작년에 쇼팽콩쿨에 충격받은 것을 계기로  클래식, 그것도 피아노가 편성된 곡을 좋아하고 많이 듣는다.
왠만하면 우리집 백그라운드 음악은 클래식이다. 내가 들으니까. 허헛.
잔나비 노래를 즐겨듣던 아들에게, 보컬의 창법이 어딘가 greenday를 닮았다며 'basket case'를 추천했는데,
나름 만족해 하며, "우아... 엄마가 이런 노래도 알아? 엄마랑 좀 안어울린다" 라고 하더라.
내가 클래식만 좋아하고 클래식만 듣는다고 잘못알고 있었던 아들아... 나도 '그런 노래' 많이 들었다구.
 

예나 지금이나 편식하는 경향이 다분하다.
장르 내에서 골고루 듣기 보다는 좋아하는 작곡가나 곡들을 내리 계속 듣는 편이다. 그리하여 감상이 발전적이지 못하고 폭이 크거나 깊지 못하다.
경험이 풍부하달 수 없는 그런 이력이지만, 그럼에도  내가 주로 '꽂혔던 사운드들'을 죄다 모아놓고 본다면 꽤 재미있을 것 같다. 거기엔 나름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내 취향일테고.


그렇다고 내가 뭐라고 그런 걸 죄다 모아 객관적인 분석을 할 입장도 위치도 아니여서,
직관적으로 대강 추려보면 내 취향은 이렇다;
음산하고, 카리스마있으며 반항적이랄까 보헤미안의 정서가 드러나는... 그런 분위기의 곡!! 
(그러고 보니 건전하지가 못한 취향??...이상하네. 난 나름 건전한 사람인데?)


소리에 관해서는, 일렉트릭 기타 중에서는 베이스, 일렉트릭 보다는 어쿠스틱이 더 좋다.
까랑까랑하게 낭랑한 소리, 혹은 고무같이 탄성이 느껴지는 매끄러운 보컬은 썩 좋아하지 않는다.
차라리 목소리에서 약간 흙냄새나 나무냄새, '녹슨' 쇳소리 혹은 콧소리 같은 것이 섞인 것이 더 좋다.
왠지 더 인간적이고, 흠이 있어 더 멋있다고 생각한다.(이를테면 강산에 보다 윤도현, 이승환보다 김종서, smashing pumkins의 빌리 코건보다 greenday의 빌리 조 암스트롱,
....
바이올린 보다 비올라나 첼로, 플루트보다 오보에가 조금 더 좋다. 물론 관현악연주와 같은 합주에서 이들을 따로 떼어놓고 어떤 악기가 더 좋다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무지개 같고 카멜레온 같은 피아노는 항상 옳은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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