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기록을 쓰기 전에... 2018:에세이

 직장 일을 하는 사람이 마음 놓고 휴가를 한달 쯤 쓸 수있는 여건이 되는 경우가 흔하겠는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서구문화에선 이것이 가능한 것 같더라. 이번 체코+영국 여행에서 우버택시를 몇 번 타야했는데, 남편과 사담을 나누던 운전자들을 통해서 알 게 된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이게 쉬운 기회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로선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3주간의 여행이, 끝난지 또 3주나 흘렀다. 여행 내내 흥미진진한 비현실감에 들떠있다가, 문득 '이 시간 또한 가겠지? ' 라는 독백을 하려다 거듭 속으로 삼켰다. 말로 뱉으면 시간이 더 빨리 갈 것 같아서.

 여행 자체는 사실 매우 단순한 행위이다.
현지인들의 삶의 언저리에서, 기껏해야 이방인으로서 정체성 을 띤 채 그들과 그들을 둘러싼 것들을 관찰할 뿐이다.

 그런데 기묘한 것이, 그 단순한 '여행행위'를 위해서 기획하는 단계에는 공이 많이 들어간다. 챙길 것 신경쓸 것이 소소하게 많다.
숙소와 교통편을 알아보느라 애를 많이 쓴 남편의 성의에 발맞추어, 나는 여행장소가 될 프라하와 에딘버러 그리고 런던에 대해 사전조사 하고 여정을 짜는 역할을 맡았다. (여행준비를 시작하던 때가 마침 방통대 시험기간이어서 미루어 두다가, 시험을 마무리 하자마자 후다닥 조사작업에 들어갔다.)

 여행 자료를 참고할 때 딱히 어떤 기준을 세워둔 것은 아니지만 사진 등의 이미지가 과하게 실려있는 것(동영상 포함)을, 나는 최대한 피하려 노력한다. 아름다운 장소와의 신선한 조우를 위한 나름의 전략인 것이다! 

 아는만큼 보인다, 란 명제가 어디서나 통용되던 때가 있었다. 그만큼 유행했던 말이기도 하고. 그런데 나는 그때도 지금도 고집스럽게 그 말의 반만 믿는다. 안다, 는 것에도 여러 층위의 앎이 있을 것이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굳이 그 말을 지적인 배경지식과 연결시키는 경향이 있다. 나는 '오감으로 느낌-경험'을 앎이라 보고싶다. 그렇다면 위의 명제가 두루 통할 것 같긴하다.

 그래도 여전히 많이 안다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 의문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낯선 것이 주는 충격과 날 것의 느낌이 내겐 소중하기 때문이다. 무식하게 좌충우돌 하는 식의 시행착오도 젊을 때 아니고는 경험하기 힘든 것이라 귀하다 생각한다. 소믈리에도 새로운 와인을 맛보기 전에 물로 혀를 씻어내지 않는가. 그것처럼, 감각은 편견에 영향을 받지 않을 때 최대치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아무튼 그런 고집 내지 핑계를 대면서 나는 사진이 도배된 일부 블로그 글은 제끼고.. (시각적인 정보는 뇌리에 깊이 남는 경향이 있다고 판단 )인터넷 백과사전류나 구글맵 그리고 일부 여행 책을 주로 참고했다. 그나마도 설렁설렁... 합리적인 동선을 짜는 정도로 활용하였다. 프라하와 에딘버러는 동선이 크지 않아 대강 현지에서 여정을 조절해도 될 것 같았으나, 런던은 너무 크니까 길 헤매지 않아야지... 하면서 좀 야무지게 조사를 하긴 했다.(교통정보는 블로그 글들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너무 많이 알아가도 신선함이 없고. 너무 모르고 가도 시간을 많이 뺏길 것 같고. 합리적인 고민인지 게으름에 대한 핑계인지...그렇게  애매한 상황에서 조사의 시간은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손놓고 있었던 프라하에 대해선 너무 모르는 게 많은 상태라 초조해지기도 했다. 다행히 조사의 끝무렵에 <프라하이야기>라는 아주 멋진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그림이 많지 않고, 추천할 만한 명소, 숨은 멋진 곳, 그리고 각 장소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 여행을 하기전에 봐도 좋고 여행을 하고 나서 보아도 좋을 책이었다.
실제로 여행을 하면서 이 책을 보았더니 감동두배. 활용도가 좋았다. ( 한국에 돌아와서 얼른 한권 구입했다.)  다른 나라 여행서도 이런 정도의 책이 있으면 한권씩 갖고 싶다.

  곁 이야기가 많았지만, 결국 내가 대충인듯 상세하게 조사해간 정보들 덕분에 여행지에서 도움을 많이 받긴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님 맘의 여유가 없어서 인지 시행착오를 많이 허용할 수 없는 핸디캡이 있다. 그래도 나는 여유만 있다면, 완전 무지한 채 하는 여행을 하고 싶다. 아는만큼 보이겠지만, 모르는 만큼 창의적으로 느낄 기회를 가질 수 있기에. 그런 여행은 이제 불가능한 걸까?


덧글

  • 2018/08/22 15:1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8/22 21:3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8/08/22 21:5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8/23 13:5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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